지난 포스팅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 결합 절차 및 현 상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1일 영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며, 인수합병에 한 걸음 가까워진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미국, 일본, EU 3개국의 승인만 받으면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3월 8일 EU 측에서 기업 결합 심사 기한을 7월 5일에서 8월 3일로 한 달 가량 연장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을 더 꼼꼼히 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초대형 항공사 (Mega Carrier)의 탄생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인수 합병에 뛰어들었습니다. 중복 노선의 효율화, 연결 편 강화 등을 통해 수익을 높이고 효율적인 시설 운영으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의 인수합병이 당초의 기대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점이 커지고 있습니다.
상처뿐인 영광? 슬롯 반납 불가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 합병 심사에 가장 큰 걸림돌은 노선의 독과점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중복 노선 운수권과 일부 슬롯을 반납하게 되며, 남겨진 자리는 각국의 외항사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 이륙, 착륙을 할 수 있는 횟수를 의미합니다.) 반납된 슬롯에는 특히 인기 노선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국내 항공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2022년 말, 중국 측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때, 대한항공은 전체 171개의 노선 중 26개에 대해 10년간 운수권과 슬롯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에 더해, 이번 영국 측 기업결합 승인 시에는 영국 Heathrow 공항의 슬롯 17개 중 7개 노선을 반납하게 되었습니다. 반납된 슬롯은 영국의 저비용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이 차지하게 됩니다.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해 인기 노선의 절반가량의 슬롯을 반납한 것은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업계의 평가입니다. 또한, 아직 EU의 심사가 남아있는 상황이므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슬롯을 반납하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EU의 경우 영국보다 훨씬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운항할 수 있는 슬롯과 노선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반납된 런던의 슬롯이 국내 항공사가 아닌 외항사의 품으로 돌아가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에어프레미아 같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장거리 취항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외항사에 운수권을 넘긴 것은 국내 항공 업계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우려입니다. 외국에서는 슬롯을 높은 가격에 거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는 자산 유출과도 마찬가지라는 평가입니다. 이에 더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내부에서도 슬롯 반납이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런던과 같은 인기 노선을 반납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요의 신규 노선에 취항하면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슬롯 감소와 구조조정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내 소비자의 영향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합병하여 통합 항공사로 출범 시, 소비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티켓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최초 합병 발표 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운임 인상 제한이라는 조건을 걸어두었지만 수요 공급 원리를 통해 티켓값이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현재 아시아나 항공의 노선들은 대한항공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가 되고 있는데, 합병 이후에는 티켓 가격이 대한항공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인기 노선 반납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며, 서비스의 질이 낮아져 소비자 측면에서는 이전과 비교하여 좋아질 것이 없다는 전망입니다.
최근 대한항공 측에서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차감률을 크게 인상하려 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물론, 대한항공에서 일시적으로 유보하긴 했지만 철회가 아니라 유보인 만큼 또 다른 방안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당장 티켓값을 올리기 어렵더라도 마일리지 적립률을 낮추는 등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는 해석입니다. 또한, 아시아나의 마일리지가 대한항공과 통합되면 해당 마일리지가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인 상황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대한민국 Mega Carrier의 출범이라는 큰 기대 앞에 과연 예상했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항공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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